최근 며칠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업무에 매몰되어 있었다. 모니터만 뚫어지라 쳐다보며 기계처럼 일하다 보니 머릿속이 딱딱하게 굳는 기분이었다. 그런 내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동생이 슬며시 오설록 포레스트 티박스를 건넸다. 평소 사무실 탕비실에 놓인 녹차나 결명자차를 의무적으로 마시던 나에게, 이 화사한 패키지는 그 자체로 "나를 신경 써주고 있구나"라는 위로가 되었다.

탕비실 차와는 결이 다른 블렌딩의 깊이
상자를 여는 순간, 향부터가 사무실에서 마시던 티백들과는 확실히 달랐다. 단순히 찻잎의 씁쓸한 냄새가 아니라, 과일과 꽃의 향이 겹겹이 쌓여 올라오는데 이게 인위적이지 않고 참 정돈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향을 천천히 맡다 보니 문득 요즘 구하기도 힘들고 비싸서 엄두도 못 내던 '두바이 쫀득 쿠키(두쫀쿠)' 생각났다. 사실 자주 먹기엔 부담스럽고 귀한 디저트라 기억 속에만 저장해두고 있었는데, 이 차의 풍미가 그 묵직한 단맛과 만나면 얼마나 완벽할지 머릿속으로 그려보게 되었다. 텁텁함을 씻어주고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 줄 것 같은 그런 기대감이 들었다.
꿀배의 달콤함과 밤의 고소함이 주는 위로
6가지 종류 중 가장 먼저 손이 간 것은 '삼다 꿀배 티'였다. 티백을 적시자마자 잘 익은 배의 달큰한 향이 은은하게 퍼지는데, 꿀 특유의 부드러움이 발효차 베이스와 섞여 목을 부드럽게 감싸주었다. 특히 목이 칼칼한 날 마셨더니 그 만족감이 더 컸다.
반면 '마롱 글라세 블랙티'는 뜻밖의 발견이었다. 원래 홍차 특유의 맛을 그리 선호하지 않는 편인데, 어디선가 자꾸 고소한 냄새가 풍겨와서 확인해 보니 밤의 풍미가 담겨 있었다. 홍차의 쌉쌀함을 밤의 고소한 향이 부드럽게 눌러주는데, 설명을 보고 나서야 이 정체가 밤이었다는 걸 깨닫고 무릎을 쳤다. 홍차에 대한 내 편견을 조금은 깨준 차였다.

매일 아침 마주하는 6가지 숲의 성격
포레스트 티박스라는 이름답게, 6종의 차는 저마다 뚜렷한 개성을 가지고 있었다.
- 제주 순수녹차: 부드럽고 깔끔한 기본. 아침 시작으로 무난하다.
- 삼다 꿀배 티: 꿀과 배의 조합이 주는 기분 좋은 단맛이 일품이다.
- 제주 삼다 영귤 티: 상큼함이 강해 오후에 나른해질 때 마시면 눈이 번쩍 뜨인다.
- 제주 동백꽃 티: 열대 과일 향이 섞여 있어 화사하고 이국적인 느낌을 준다.
- 피치 블랙티: 복숭아 향이 진하게 올라와 디저트와 가장 잘 어울릴 듯하다.
- 마롱 글라세 블랙티: 밤의 고소함이 쌉쌀한 홍차와 묘하게 어우러지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

제주 티 뮤지엄에서 마주할 그날을 기다리며
동생의 선물을 경험하고 나니, 오설록의 시작점인 제주 오설록 티 뮤지엄에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백화점 코너에서 시음과 시향을 하고 싶다.
드넓게 펼쳐진 서광차밭의 싱그러움을 직접 눈에 담고, 티 하우스에서 티 마스터가 볶아주는 차를 음미해 보는 상상을 해본다. 당장 제주도로 떠나기는 어렵더라도, 조만간 가까운 백화점 오설록 매장이라도 들러볼 예정이다. 매장에서 직접 다양한 차들을 시향하고 시음해보며 나에게 맞는 새로운 향을 찾아 구매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단순히 선물을 받은 것을 넘어, 차라는 새로운 문화에 발을 들인 기분이다.

동생의 세심한 선물 덕분에 지루했던 차 마시는 시간이 매일 기다려지는 휴식 시간이 되었다. 뻔하지 않은 향과 깔끔한 맛 덕분에 한동안은 이 6가지 차를 하나씩 꺼내 먹는 재미로 지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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